2015. 7. 10. 01:59

《상절지백 백마흔 아호옵》

<쥐들의 왕>
라투스 노르베기쿠스라는 학명을 가진 시궁쥐의 어떤 종들은 자기들의 왕을 선출하는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왕의 선출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하루 낮 동안 젊은 수컷들이 모두 모여서 날카로운 앞니를 가지고 서로 결투를 벌인다. 약한 자들은 차례차례 떨어져 나가고, 종당에는 결승전을 치를 두 마리 수컷만 남게 된다. 그 수컷들은 무리 중에서 가장 민첩하고 전투에 능한 자들이다. 그 둘 중에서 승리하는 자가 왕으로 선출된다.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쥐는 그 무리에서 가장 훌륭한 쥐로 인정되면서 왕으로 선출된다. 그러면 다른 쥐들은 그 쥐 앞에 나아가 복종의 뜻으로 머리를 숙이고 귀를 뒤로 젖히거나 꽁무니를 보여 준다. 왕이 된 쥐는 지배자로서 그들의 복종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그들의 주둥이를 깨문다. 신하가 된 쥐들은 왕에게 가장 맛있는 먹이를 바치고, 한껏 달아올라 암내를 물씬 풍기는 암컷들을 선사하고, 왕이 자기의 승리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가장 깊숙한 구멍을 마련해 준다.
그런데 왕이 쾌락에 지쳐 잠이 들면 곧바로 아주 기이한 의식이 행해진다. 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젊은 수컷들 가운데 두세 마리가 왕을 죽이고 내장을 꺼낸다. 그런 다음, 그 쥐들은 이빨로 호두를 까듯이 다리와 발톱을 사용해서 왕의 머리통을 쪼갠다. 그러고는 머릿골을 꺼내 그 무리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준다. 그 쥐들은 어쩌면 그 머릿골을 먹음으로써 자기들이 왕으로 삼았던 가장 훌륭한 쥐의 특질을 모두가 조금씩 나누어 가지게 되리라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왕을 뽑는 일을 좋아하며, 그 왕을 능지처참하면서 더 많은 기쁨을 얻는다. 그러니 누가 당신에게 왕관을 바치거든 그 저의를 의심하라. 그것은 어쩌면 쥐들의 왕이 되라는 왕관일지도 모른다.

--- 에드몽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3권)

[2015.7.9 23:44] 감기가 올것 같은 상태에서...
누군가 나를 추켜세우며 말을 할때는 그 저의를 의심하라. 그 숨은 곳에는 분명히 다른 뜻이 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나를 추켜세울때 기분이 우쭐해지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했다. 마지못해 그 덩치큰 고래가 우스꽝스럽게 춤추게 되면 그들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말에 저 큰 고래가 움직이는것에 신기해하며 흐믓해 할 것이다. 그 덩치로 춤을 추고 있는 그 고래의 착각. 많은 사람들은 이런 착각에 빠져 자신의 공수를 낭비한다.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되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녀를 처음 봤을때는 커다란 그녀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둘만의 만남을 거둡해 가면서 그녀의 옆에 존재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그녀와 있는동안은 모든것을 잊을수 있었고 오르지 그녀만을 바라보며 생각하며 지낼수 있었다. 다른사람의 눈길을 피해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기 시작한지 얼마만엔가 난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때 이미 그녀는 성숙한 숙녀로 내게 다가서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난 그녀와 함께했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아도 눈을 맞아도 난 그 시간이 즐거웠고 행복했다. 단지 그녀와 같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러나 우리의 만남은 더이상 지속될 수 없었고 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이별이 마음이 아프거나 쓰리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난 이내 그녀를 잊어버렸고 나의 삶에 그냥 빠져 살아왔다. 학교를 가고 군대를 가고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렇게 그녀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채 살아왔다. 마치 그녀의 존재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어떻게 그렇게 잊어버리고 살았을까? 얼마전이었다.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모습은 예전과는 달리 많이 세련되어 있었고 누가봐도 호감이 가는 그런 모습이었다. 조금은 높은 힐을 신고 그레이톤의 의상과 오렌지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간 모습, 듬직한 엉덩이에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라인, 일자로 쭉뻗은 두팔과 가느다란 발목. 아직 비록 사진으로만 본 그녀였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시 그녀 앞에 선다면 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잘 지냈니?, 오늘 비올거 같아. 우리 예전처럼 비를 맞으며 걸어볼까?'

--- 비가 그리워지는 글쓰는 하얀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