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절지백

<상절지백 여든다서엇>

글쓰는하얀개미 2012. 5. 22. 09:15

<방향>
인류의 위대한 원정들은 대부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루어졌다. 옛부터 사
람들은 불덩어리가 잠기는 곳이 어디인가 궁금해 하면서 태양의 운행을 좇
았다. 율리시즈, 크리스토퍼 콜롬부스, 아틸라 등 모두 서쪽에 그 답이 있
다고 믿었다. 서쪽으로 떠나는 것, 그것은 미래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태양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에 그것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르코 폴로, 나폴레
옹, 빌보 르 오비(톨키앵의 「반지의 주인」에 나오는 주인공 가운데 하나)
등은 동쪽으로 갔던 인물들이다. 그들은 모든 것들이 시작되는 동방이야말
로 발견할 거리가 많은 곳이라고 믿었다.
모험가들의 상징 체계에는 여전히 두 개의 방향이 남아 있다. 그 방향들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북쪽으로 가는 것은 자신의 힘을 시험하기 위한 장애
물을 찾아가는 것이다. 남쪽으로 가는 것은 휴식과 평온을 찾아나서는 것이
다.

---- 에드몽 웰즈.

그녀의 얼굴은 어디선가 본듯한 얼굴이지만 알수가 없었다. 누구인지 어디
서 보았는지 모르겟다. 누군가의 짐을 가지러 왔다고만 한다. 얼굴이 낮익
은데.... 짐을 챙기고 있다. 누군가 건너편에 있지만 그녀에게 다가간다.
조용히 그녀의 얼굴로 다가선다. 피하지 않는다. 그녀의 빨간 입술에 스치
듯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그대로 있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 립스틱의 끈
끈한 느낌이 나의 입술에 전해졌다. 좋은 느낌이다. 하지만 어느새 지나가
버린 시간.... 그녀는 동료들과 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아무말 없이 들어서
는 그녀의 모습. 사람들과 일에 열중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잠시 망설
였지만 그녀에게로 다가선다.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끝나고 잠깐 얘기하
자!' 고개를 끄떡이는 그녀. 누군가 나의 말을 들어주고 옆에 있어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평안해진다. 발코니로 나섰다. 왜 그랬을까? 손에는 무엇인
가 들려있었다. 생각으로는 공업용 에틸렌 알콜로 기억된다. 어두운 밤이었
고 입에 알콜을 부어넣었다. 잠시후 터지는듯 몸속의 모든것을 토해낸다.
마음을 괴롭히는 아픈 기억들마저 토해내려는 듯이.... 그리고 모든것이 끝
났다. 지금 그녀의 얼굴, 그녀의 촉촉한 입술, 그녀의 빨간(밤색이었나?)
립스틱 향내, 그녀의 길었던 머리,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만이 나의 기
억속에 남아있다. 순간의 추억이었고 누구인지도 알수 없는 얼굴이엇지만
아마 오랬동안 그녀의 입술의 느낌을 잊지못하리라. 모든것이 끝난것은 갑
자기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엇다.

" 삼추~~~~~~~운! 저녁 먹으래! 일어나~~~~! "

우리 못난이 곽썰렁이의 저녁먹으라고 깨우는 나의 시간반의 단잠을 방해한
목소리였다. 아침부터 오랜만에 청소를 한 탓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난 탓에
저녁 방에서 잠깐 누웠다 잠이 들어버렸다. 그녀와의 키스씬인 1편에서 잠
이 깨어 아쉬운 마음에 또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시 꾼 꿈에서 그녀를
다시 보았던 것이다. 난 꿈을 많이 꾼다 했다. 인간은 누구나 시간반의 간
격으로 꿈을 꾼다. 그것을 단지 기억을 못할뿐이지. 하지만 난 남달리 그런
순간에 잠에서 깰때가 많았고 그러기에 기억에 남아있는 꿈들 또한 많다.
또 오늘처럼 이렇게 연이어서 같은 출연진이 출연할때도 있고. 그녀는 아마
내 기억해 내지는 못하지만 언제가 현실에서건 아님 기억하지 못하는 꿈속
에서건 보았던 나의 사랑의 여인이었으리라. 생머리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둥근 얼굴에 하얀 피부와 이뿌장한 입술을 가진 조용한 여인이여.

---- 그녀를 만난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