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절지백 여든네에엣>
<경제>
옛날에 경제학자들을 성장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고 생각했다. 성장률은
국가, 기업, 가계 등 모든 사회 구조의 건강성을 재는 척도였다. 그러나 늘
앞으로만 나아가기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아직 성장의 여력이 남아 있는
데도 성장이 멈추는 때가 왔다. 더 이상의 경제 성장은 없을지도 모른다.
오로지 힘의 균형이라고 하는 지속적인 상태만 존재한다. 건전한 사회, 건
전한 국가, 건전한 노동자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타격을 주지도
않고 타격을 입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자연과 우주를 정복할 생
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우리는 자연과 우주에 통합되어야 한다. 우
리의 유일한 슬로건은 조화이다.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사이의 조화로운
상호 침투.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고 폭력을 없
이 하고 겸허해 져야 한다. 인간은 우주와 하나가 될 것이다. 인류는 평형
상태를 맞게 될 것이고 미래에 자신을 던지지 않게 될 것이며 멀리 있는 목
표를 겨냥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소박하게 인류는 현재에 살 것이다.
---- 에드몽 웰즈.
아 머리가 아프다. 오른쪽 코가 콧물로 콱 막히면서 나를 괴롭힌다. 감긴가
? 목도 아프다. 뭔가 목구멍을 꽉 채우고 잇는듯한 느낌이다. 왜 이렇지?
엄니의 떡국먹으라는 소리에 아빠의 얼렁 일나라는 불호령에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았다. 9시도 안되엇다. 으 나의 꿈같은 시간이여. 어기적 어기적
일나 어제도 하루종일 먹은 떡국을 다시 대면해야했다. 어제 내가 끓인 떡
국은 다시다가 많이 들어갔나보다. 국물이 누랬었다. 역시 엄니의 떡국은
하얀 국물이 진짜 떡국인듯하다. 형은 어느새 새벽부터 줄행랑을 놓았다.
이제 앤 생겼다고 이런날 바다가를 놀러간다나. 할일이 얼매나 많은데. 난
형수될사람에게 감점을 주지 않을수 없었다. 다먹고 나니 누나집에 다녀오
란다. 이거 같다 주구 저거 받아오고 큰누나네 학원가서 화분 한개 가져오
고 어쩌구. 아빠랑 같이 갔다 왔다. 다음은 김치를 썰란다. 명절의 단골 요
리 김치만두를 하신단다. 포기 김치를 잘게 썰어 만두 속에 들어갈 김치 조
각으로 만들어야한다. 만두속을 다만드니 만두를 만들란다. 엄니는 만두피
를 반죽하여 만들고 난 그 피에 만두속을 구려넣는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손놀림. 어느덧 시간은 여섯시가 넘어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가 9시가 되
어 들어왔다. 기다리고 있는 일거리. 이미 형은 밤을 까고 잇었고 엄니는
신문지를 깔란다. 두부를 타지 않게 누릿누릿 부치고 이번엔 전이다. 고기
가 익으려면 약한 불에서 충분히 부쳐야한다. 노련한 솜씨로 마무리하고 이
번엔 녹두 부치기다. 반죽을 주욱 후라이펜에 둘루고 김치를 얹고 파를 얹
고 부친다. 이것으로서 오늘의 일과를 마쳤다. 보는이들은 이런 나를 보고
'정말 가정적인 남자구나'하겠지만 서글픈 이내심정 누가 이해하리. 몇년전
까지만 해도 이런 일들은 거의 모두가 누나들 몫이엇다. 기껏해야 우리에겐
밤까는 정도. 하지만 이제 명절때가되면 형과 나는 의례 전을 부치고 두부
를 부치고 파를 다듬고 마늘을 깐다. 이제 우리집에는 엄니 혼자 밖에는 없
기때문이다. 명절때마다 힘들어하시는 엄니를 보며 어찌 자식된 도리로 전
을 안부칠수 있으리. 이것이 마지막 명절이리라. 형수만 들어와라. 한시름
을 놓아본다. 집에 들어와보니 책상위에 시디가 한 사십개가 놓여있다. 형
수자리가 보냈단다. 말론 형 들으라 보냈단다. 레코드점을 하나? 형이 들으
리 만무한 클래식 열서너개를 접수했다. 그리고 아까 주었던 감점을 없었던
일로 했다. 아 머리, 코, 목이 아프다....
---- 약 안먹고 버티는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