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절지백 여든세에엣>
<열한 번째 계명>
오늘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파리 시가지가 거대한 삽으로 퍼올려진 다음
투명한 단지에 담겨졌다. 단지 속에서 모든 것이 너무 흔들려서 에펠 탑 끝
이 우리 집 화장실 벽과 부딪혔다. 모든 것이 전복되었다. 나는 천장에서
뒹굴고 있었고, 수천의 행인들이 우리 집의 닫힌 창문에 부딪혔다. 자동차
들은 길에서 부딪히고, 가로등은 바닥에서 치솟아 있었다. 가구들이 나뒹굴
었다. 나는 아파트에서 빠져나왔다. 밖은 모든 게 엉망이었다. 개선문은 산
산 조각이 났고, 노트르담 사원도 거꾸로 되어 종루가 땅에 깊숙이 처박혀
있었다. 지하철 차량들이 갈라진 땅에서 튀어나와 으깨어진 사람들을 뱉어
냈다. 나는 폐허 속으로 달려가 거대한 유리벽 앞에 도착했다. 뒤에도 눈이
하나 있었다. 하늘 전체만큼이나 큰 외눈이 나를 주시했다. 잠시 후, 나의
반응을 보고 싶어하는 듯 그 눈은 커다란 숟가락 같은 것으로 벽을 두드리
기 시작했다. 귀청을 찢는듯한 종소리가 울렸다. 아파트의 아직 깨지지 않
은 유리들이 모두 박살났다. 눈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았는데 크기가 태양의
백 배는 되었다. 나는 그런 것이 나타나는 것이 탐탁치 않았다. 지금 키우
고 있는 개미들이 모두 죽고 나면 다시는 어떤 개미도 키우지 않을 것이다.
그 꿈은 열한 번째 계명이라고 할 만한 것을 나에게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
계명을 주위 사람들에게 강요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실천하려고 한다. 그
계명이란 <남이 너에게 행가기를 원치 않은 일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것
이다.
여기에서 <남>이란 말을 나는 다른 <모든> 생명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
다.
---- 에드몽 웰즈.
하루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이시간이다. 때론 정신없이 잠들어
있다 헐레벌떡 뛰어내린 수원역. 모자를 머리에 푹 눌러쓰고 귀에는 아마것
도 들리지 않을정도로 볼륨을 높인 이어폰을 끼고 등에는 등따시게 가방 둘
러매고 손은 바지주머니에 찔러넣고 혹시 길을 잃을까 길바닦만을 응시하며
집에까지 걸어오는 이삼십분간의 시간. 오늘 하루동안의 모든 일들을 다시
되내이며 내일은 무엇을 할까 이번 주말은 어떻게 보낼까 이번 상절지백에
는 어떤 글을 써볼까 하는 온갖 잡동사니 멍상을 하는 시간. 그 시간 난 자
유를 느끼고 그 자유를 만끽하며 오늘같이 추운날도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맞
으며 하릴없이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걷는다. 놀토였기에 이번엔 마음
편히 참가할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은 몇일전 구정 샌드위치 근무일을 대근한
다는 터무니없이 얼토당토도 아닌 말에 무참히 깨지고 메서운 바람속에 컴
컴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출근을 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끝이없는 일들
속에서 또다시 머리를 써야하는 프로그래밍 작업. 그래도 이번은 전에 한번
했었기에 쉽사리 알고리즘을 만들어 나갈수 있었다. 토요일 오후까지 근무
하는건 오랜만의 일이다. 그래서 인지 전혀 토요일로 생각이 안된다. 오후
에 갑자기 울려댄 나의 냉동삐. 정모양의 집안사정상 불참한다는 메세지.
그럼 그렇지 주말 데이트하자는 메세지 일리가 없지. 퇴근차를 수배하며 석
수까지 가는 자가용을 얻어탓다. 크레도스. 실내가 역시 넓긴 넓더군. 앞좌
석 하는 얘기가 뒤에서 하나도 안들린다. 석수에서 1호선을 타고 신촌을 향
해 전진하였다. 오랜만에 타보는 전철. 몇년전이 그리워진다. 매일 아침 저
녁으로 타며 멋있어보이라고 책하나 꺼내들고 읽는척하던 기억. 그때 보던
책중엔 공학 전공책도 있었다. 시청에서 2호선을 갈아탔다. 당산철교는 왜
무너진건지. 학교를 파하고 당산철교를 지나며 맞이하는 한강을 일몰. 본적
은 별로 없다. 하지만 멋있었을거 같다. 이내 도착한 신촌역. 내부공사로
지형지물이 바뀌어 출구를 찾는데 헤메어야했다. 출구로 올라가다 전화를
찾아 다시 내려왔다. 사람들은 북적북적. 장모군의 손전화기로 버튼을 누르
니 한참만에야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촌역이야.' 이어서 들려오는 미확인
여인의 목소리. 또다시 들리는 확인 가능한 남정네의 목소리. 혼선은 아니
군. 행단보도를 건너 만난 윤모군. 샤프하게 머리를 다듬고 멋쟁이 가죽 잠
바에 환한 얼굴로 맞이하는 윤모군을 따라 으슥한 뒷골목으로 발길을 옮겼
다. '저기에요' '야상해' 야상하군. 문을 열고 들어선 곳에 이내 들어오는
반가운 얼굴들. '잉?' 탱탱한 거죽에 빨간 구홍을 바르고 머리에는 까만 라
면 사리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황양.(이하 조금이라도 글자수를 늘리기위
해 '황모마마'라 칭함.) 황모마마를 처음 대면한것은 제작년 4월로 추정된
다. 수원파 백동 식구들을 통해 알게된 백동 번개에 처음 나가던날. 그때도
신촌이었지. '여우사이'였나? 지하 저 깊숙한 테이블에 앉아있던 황모마마.
환상이었지. 내 백동의 첫사랑은 황모마마 였다는 것을 이자리를 빌어 이
상절지백에 남긴다. 청순하며 애띠어 보이는 내게 저런 동생이 있었으면 하
는 생각을 하게한 황모마마. 그날 난 술취한 허모군을 수원까지 데려오느라
젖먹던 힘을 다해야햇다. 훗날 들리는 후문에 의하면 그날 내가 맛이 갔었
다는.... 황모마마의 라면 사리는 과히 앞권이었다. 끊임없이 강요하는 한
마디. '나 이쁘지?' 라면보다 맛없는 울면을 시켜주며 '다들 너 다먹기만을
기다리니까 천천히 먹어.'하는 황모마마. 속으로 울며 울면을 먹었다. 저기
건너편 꿔다논 보리자루 마냥 있는 우모군과 이모군. 처음보는 얼굴이군.
여전히 바삐 뛰어다니는 윤모군. 멋장이 김모군. 만날때마다 '내모자?'하는
주모군. 새침떼기 언니처럼 앉아있는 이모양. 고구마 튀김을 떠올리는 전모
양. 그리고 백동의 엄지 장모군. 칵테일쇼? 거긴 단란주점 분위기였다. 딱
한번 갔었다. 입사후 연수 받을때 동기들과. 강남의 어느 단란주점. 다시는
안가리라 마음먹은 그곳. 그곳보다 더 심했던 분위기. 생일은 생일이지. 근
데 맥주는 왜 뿌리는거야? 신천에 갔다 온 손모양. 상절지백에 처음 관심을
갖아 주엇던 손모양. 당시는 시삽이 되기위한 어쩔수 없는 행동이엇겠지만
프린트까지. 그고마움에 난 그의 손에 금붕어 반지를 쥐어주엇고 통장계좌
에 작으나마 후원금을 입금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심검도'
의 정수를 보여준 우모군. 전공은 찌르기. 이모군의 술고픈 모습. 야광 의
상이 돗보인 이모양. 옆에 있던 황모마마 한마디. '나 이쁘지?'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 등장한 탕모양. 앞권에 이은 뒷권. 탕모양을 처음 본것은
오늘같이 추운날 호텔에서였다. 그때 우린 호모양과 함께 서로를 뚜러져라
쳐다보았었다. 그리고 서로의 목젖을 확인했었다. 병맥의 수에 맛이간 우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황모마마 혼자 집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에 삐져 인
사도 없이 차에 오른다. 그런 모습을 모다못한 주모군이 이내 같이 차에 오
른다. 우드스탁이엇던가? 주모군은 술에 맛이 갔었고 그런 그를 집까지 끌
고 가며 고생했던 제작년 5월 어느 정모. 후에 나올 전모군과 난 잊을수가
없다. 버스의 맨 뒷자리에 앉아 이모양의 손전화기 번호와 호출기 번호를
전자공책에 입력. 걸거도 아니면서 왜 적었지? 이모양은 조만간 수원파에
입적하게 됨. 왼쪽으로는 탕모양과 손모양, 그앞에 이모군, 오른쪽으로는
이모양과 장모군, 그앞에 전모양과 우모군, 내 바로 앞에 윤모군. 졸았다.
다시 가본 장모군의 사무실. imf시대에 맞게 사무실에서 삼차를 시작했다.
잠시후 탕모양은 집에서 솥이니 김치니 우릴 먹여살리려 바리바리 챙겨왔
다. 이딴만한 솥. 이모양은 애인에게 혼나는지 어느새 사라졌다. 이모양을
처음본건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였다. 나보다 훨씬 길쭉한 이모양과 회사
동생(지금은 아줌마.)과 롯데월드 바깥 호수 주변 벤치에서 많은 얘기를 나
누었었다. 그옆에 있던 화장실이 왜그렇게 자연스러웟을까? 게임을 했다.
세글자 중간자를 끝으로 보내어 세글자 명사를 이어가는 정말 머리 좋은 나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게임. '아몬드' '나 바보야'하는 장모군. 솔로몬두
있구 호르몬에 내 아디 '페로몬'두 있다. 열심히 시계에서 초를 재를 윤모
군. 생각지 않게 떠오른 전모양. 이 게임의 다크호스였다. 이모군의 술 더
많이 마시려는 노력. 틀리면 원샷. 결국 난 그 원샷에 또 당하고 말았다.
범인은 바로 우모군. '깜찍이' 흠. 원샷. '돈까스' 흠. 원샷. 결국 난 원샷
에 못이겨 침대에 누워버리고 말았다. 우모군. 앞으로 5일동안 2번 게시판
에 깜찍이와 돈까스를 잊는 단어가 하루에 하나 이상 안올라올시 우모군의
앞으로의 백동에서의 생활을 장담 못하니 알아서 하도록. 그리고 머리말은
앞으로 깜찍이가 아니라 '[끔찍이]'로 달도록. 흠. 아침이 되어 정신을 차
리려 하는데 이게 왠일? 내 오른쪽엔 전모양이 왼쪽에는 손모양이, 발쪽에
는 탕모양이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는??? 등골이 오싹했다. 동침이라니. 여
인네들과 한침대에서.... 우리집 식구는 여섯이다. 양가부모님 아니 우리
부모님과 누나둘에 형과 나. 어렸을때 우린 한방에서 동침을 했었다. 아랫
목에 아빠,엄마 그리고 망내인 나 누나둘 그리고 맨 웃목에 형이었다. 엄마
의 가슴을 파고 들다 아빠한테 혼나고 울며 겨자먹기로 파고든 누나의 가슴
은 따뜻했었다. 큰누나와는 여섯살 차이 나에겐 엄마와 다름이 없었다. 그
이후 여인네와는 동침한적이 없는 내가 전모, 손모, 탕모양과 동침을... 흑
흑흑. 장모군이 물었다. '뭐 잊어버린거 없수?' 그 말을 듣고 나니 왠지 뭔
가 허전함이 그지없었다. 내 왼쪽에서 동침을 했다는 전모양을 처음 본것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가기전 버거킹 앞에서 였다. 쭈삣쭈삣 서있기만 했
던 전모양. 내 고구마 튀김을 앗아간 전모양. 이사람 저사람 다 챙기는 것
이 설사 전전모대통령이 비자금을 챙기는 듯한모양? 다들 정신을 차리고 영
원한 우리의 해장맨 전모군을 기다리며 지루한 시간을 훌라를 하며 보냈다.
우모군은 내가 훌라를 처음한다 했는데 난 잡기에 능하다. 어렸을때 조기교
육을 시작한 장기와 오목, 명절때 마다 이어지는 고스돕과 포카, 군에 있을
때 맞들인 바둑,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세월을 보낸 육백, 친구들과의 훌라
등등... 감자탕으로 해장을 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8시다. 이 모든 사건
들이 내겐 추억의 한페이지로 머리에 남아 영원이 뇌활동이 정지되는 순간
까지 간직되리라 생각한다. 훗날 뇌속의 기억을 저장할수 잇는 하드디스크
가 생긴다면 영원히 간직될수 있으리라. 두시가 넘었다. 눈이 와 낼은 늦을
테니 그만 자야할텐데..... 허전한 마음.........
---- 허전함이 왜 허전한지 몰라 허전한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