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절지백

<상절지백 여든두우울>

글쓰는하얀개미 2012. 5. 22. 09:13

<신인 동형론(神人同形論)>
인간은 그들의 척도와 가치에 모든 것을 귀결시키면서, 늘 같은 방식으로
사고한다. 자기들의 두뇌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갖기 때문이다. 스스로 논리
적이고 분별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간은 늘 자신들의 관점에서 사물을 본
다. 의식이나 직관과 마찬가지로 지능은 인간에게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켄시타인은, 신이 아담을 창조하였듯이 인간도 자기와 똑같은 형상의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신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인간은 무엇이든 인간을
닮은 형태로 만들고 싶어한다. 로봇을 만들 때, 인간은 자기들의 모습과 행
동 방식을 그대로 복제한다. 아마도 언젠가는 대통령 로봇, 교황 로봇도 만
들겠지만, 그것은 인간의 사고 방식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않을 것이
다. 하지만 사고 방식에 변화를 줄 다른 것들도 많이 존재한다! 개미도 다
른 사고 방식 가운데 하나를 우리에게 가르친다. 아마 외계인들도 우리에게
다른 사고 방식들을 가르쳐 줄 것이다.

---- 에드몽 웰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을 넘긴 시기인듯하다. 추운 계절
이었던걸로 기억이 난다. 그 시기엔 비행기를 만든다고 써클에 소위 미쳐서
재미없고 실증나는 학과 공부는 재쳐두고 써클에서 더러운 작업복을 입고
유리섬유에 에폭시를 만지며 휴학을 하고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시기인듯하
다. 써클에서 엠티를 갔었다. 전철을 타고 인천에 가서 월미도를 찾아 거기
서 배를 탓다. 처음 타보는 자동차도 타는 엄청나게 큰배를 타고 처음가보
는 엄청나게 큰 영종도에 다다랐다. 거기서 또다시 버스를 타고 엄청나게
큰 섬을 가로질러 반대편 엄청나게 큰 해수욕장에 다다랐다. 철이 아니기에
썰렁한 해변이었지만 민박을 잡아 저녁을 해먹고 엄청나게 맛있는 막걸리로
그날의 의무를 다하기 시작했다. 난 술을 잘 못먹는다. 체질상 유전학상 몸
에서 받지를 않는다. 하지만 술을 마시며 엄청나게 크게 엄청나게 박자도
맞지않는 노래를 부르느라면 그때만큼 행복할때가 없다. 엄청나게 맞있는
막걸리에 곁들여 막소주를 돌리다 보니 이미 어둑해진 밤하늘. 시원한 바람
을 쏘이러 해변으로 나섰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저기 검게 밀려드는 파도
가 달빛에 반짝이는 바다가 날 부르는 거다. 마치 인어공주가 유혹을 하듯.
난 수영을 못한다. 어린시절 친구를 물에 두고 나온 이후 물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런데 그날은 바다로 들어가고 싶었다. 술김에 그랬을까. 군입대를
앞둔 어지러운 마음에 그랬을까. 난 바다로 들어가려 했고 그런 나를 막느
라 선배들과 동기들이 힘 꽤나 썼었을 것이다. 제발 나좀 놔달라 눈물로 호
소하는 나에게 선배는 '그럼 손만 담그고 와'. 결국 난 손만 담그고 왔다.
왜 그랬을까.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르지만 내게 몇 안되는 눈물을 흘렸던 기
억의 한페이지로 남아있다....

---- 물이 무서분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