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절지백 예슨네에엣>
<시공(時空)의 문제>
하나의 원자 핵 주위에 여러 개의 전자 궤도가 있다. 어떤 것은 중심부에서
매우 가까이 있고, 어떤 것들은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외부의 충격으로 이
전자들 중에 하나가 궤도를 바꾸면, 빛이나 열이나 방사의 형태로 에너지의
방출이 일어난다.
낮은 자리에 있는 전자를 보다 높은 자리로 이동시키는 것은 마치 애꾸를
맹인들의 나라로 데려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 전자는 빛을 내면서 다
른 것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것은 바로 왕이 되는 것과 같다. 높은 궤도에
서 더 낮은 궤도로 자리를 옮긴 전자는 완전히 바보처럼 보일 것이다.
우리 전체는 원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시공들이 켜켜
이 겹쳐 놓은 채로 병존하고 있다. 어떤 것들은 빠르고 복잡한 반면에 어떤
것들은 느리고 단순하다.
존재의 모든 수준에서 그와 같은 중층 구조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하여 아
주 영리하고 민첩한 개미가 인간 세계에 던져지면 그것은 서투르고 겁많은
하찮은 곤충밖에 안 된다. 무식하고 어리석은 한 인간이 개미 사회에 떨어
지면 전지 전능한 신이 된다. 그래도 인간들과 접촉을 했던 개미는 많은 것
을 배우게 될 것이다. 개미 사회로 되돌아갔을 때, 그 개미는 더 우수한 시
공을 경험한 덕분에 어떤 권위를 갖게 될 것이다.
보다 우수한 차원에서 최하층의 상태를 경험해 보고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
오는 것, 그것은 진보를 이루어내는 하나의 훌륭한 방법이다.
---- 에드몽 웰즈.
뭔가 이상하다. 학창시절 화학시간에 배우기론 핵주위의 전자들은 에너지의
량이 많을 수록 활발하게 움직여 핵에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을 이기고 밖
으로 밖으로 멀어진다 배운것 같은데 웰즈 아저씬 낮은 자리에서 높은 자리
로 이동한 전자를 애꾸가 맹인들의 나라로 갔다고 비유를 하다니, 와이 된
다니... 거꾸로 된것이 아닐까. 아님 나의 치매를 또한번 확인하는 것일까.
화학시간을 좋아했었다. 물론 원소 기호를 외워야하는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볼수 없는 곳의 분자와 원자들이 서로의 알수 없는 아니 알고 있는 규칙에
의해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물질이 된다는 것이. 규칙을 알고 그 규칙에 따
라가다보면 미래의 일을 예측할수 있는 그런 화확시간이 나는 좋았다. 하지
만 지금 살아가는 세상. 결코 1초 앞을 예측할수 없는 이런 세상에 사는 난
너무도 힘들다. 예언가가 되고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알수없는 미래에 갈팡
질팡하는 나자신이 싫다. 그저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생각없이 움직이고
만 싶다.
그제 밤부터다. 회장님 면접은 항상 취침전 이었는데 그제는 회장님이 두번
을 부르셨다. 잠자리도 자다 깨다 악몽에 시달리다 잠자리에서 깼다. 그런
데 일어나자마자 또다시 찾는 회장님. 출근차를 뒷차를 타야만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숙면을 취할수가 없었다. 내릴때는 이미 온몸과 이마에 한
바탕 수분 방출을 하고 난 뒤였다. 사무실에선 업무를 할수가 없었다. 두개
골속에서는 이미 제3차 뇌전에 의한 열기로 끓어 올랐고 하반부 최전선의
소대장은 전사한 후였고 대대장이 갖갖으로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또다
시 회장님의 면회를 할수 밖에 없었다. 배수진을 치고 있던 회장님 덕에 적
군을 일타에 익사시킬수 있었지만 그것도 잠깐 두개골의 화력전은 계속되었
고 전황 타개로 들여보낸 맹물 특공대는 이네 완전 전멸하여 시체만 회장님
께 보내졌다. 더이상 특공대 파견은 무리였다. 점심이 지나고 시간만이 모
든걸 해결하리라 생각하며 퇴근시간만을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치열한 전
쟁의 시간들이 왜그리도 안가는지. 급기야 5시반 조(기)퇴(근)을 하여 마지
막 히든 카드로 화학전을 썼다. 하루동안의 보급품 없는 전쟁과 그 후유증
으로 온몸은 파김치가 되어 다시 악몽의 나라로 들어가야만 했다. 이제 전
쟁이 끝난 지금 뒤를 되돌아 보며 전황일지를 작성한다. 이세상 모든것은
항상 항상성을 유지하려한다. 관성의 법칙이 그러하고 개미들의 집이 그러
하고 팽이가 그러하고 백수동이 그러하고 연인의 사랑하는 마음이 그러하고
항온동물의 체온이 그러하고 인간의 육체가 그러하다. 육체의 항상성을 유
지하기 위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수많은 세포들은 바이러스와 전
투를 벌이고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려 한다. 이런속에서 인간들은 때론 고통
과 아품을 느끼게 되는것이다. 어제 하루동안의 고통과 아픔은 정말 오랜만
에 느껴보는 거였다. 한때 그런 고통과 아픔이 있었으면 할때도 있었다. 복
잡한 세상을 살아가며 때론 모든것을 잊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
각을 누구나 다 할것이다. 때론 이런 어쩔수 없는 고통으로 모든것을 잊을
수 있으면 하는 생각도 남들은 모르지만 난 한다. 하루동안의 고통속에서
난 업무를 잊을수 있었고 그이를 잠시나마 잊을수 있었고 백수동도 잊을수
있엇다. 아니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고해야 맞을까. 하루라는 시간을 보내며
고통도 때로는 삶의 도피처가 되겠구나 하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해본다.
조만간 처음 기타를 손에 잡았을때와 같은 비행기를 뜨게하는 힘이 양력이
라는 것을 알았을때와 같은 format은 아무때나 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
을때와 같은 첫월급을 손에 쥐었을때와 같은 들국화 씨디를 사들었을때와
같은 그이를 알게되었을때와 같은 상절지백 한나를 시작할때와 같은 삶에
있어서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지도.......
---- 전쟁에 이긴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