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절지백

<상절지백 쉬인하안나>

글쓰는하얀개미 2012. 5. 21. 19:49

<항상성(恒常性)>
모든 생명체는 항상성을 추구한다.
<항상성>이란 내부 환경과 외부 환경 사이의 평형을 뜻한다.
모든 생명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능한다. 새는 날기 위해서 속이
빈 뼈를 가지고 있다. 낙타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물 주머니를 가지
고 있다. 카멜레온은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가죽의 색소 구성을
변화 시킨다.
다른 많은 종(種)들과 마찬가지로 그 종들은 주위 환경의 모든 변화에 적응
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바깥 세계와 조화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종
들은 소멸했다.
항상성은 외부의 제약과 관련해서 우리 기관들이 스스로를 조절하는 능력에
서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평범한 사람들의 아주 가혹한 시련을 견뎌내면서 거기에 자기
의 기관을 적응시켜 나가는 것을 보고 놀랄 때가 많다. 전쟁은 살아남기 위
해서 스스로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인데, 그 전쟁중에는 여태껏 고생을 모르
던 사람들도 아무런 불평 없이 물과 건빵에 길들여진다. 깊은 산 속에서 길
을 잃은 사람들은 며칠이 지나고 나면 식용 식물을 구별할 줄 알게 되고,
사냥을 할 줄 알게되며, 언제나 혐오감만 주던 두더지, 거미, 쥐, 뱀 같은
동물들도 먹을 수 있게 된다.
다니엘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나 쥘 베른의 '신비로운 섬'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인간의 능력을 기리는 소설들이다.
우리는 모두 완벽한 항상성을 끊임없이 추구해 나간다. 우리의 세포들이 이
미 악착같이 항상성을 추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들은 온
도가 가장 알맞고 독성 물질이 섞이지 않은 최대한의 영양 액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그러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때는 그 상황에 적응한다. 술꾼의 간
세포는 술을 절제하는 사람들의 간 세포보다 알콜을 분해하는 데 더 익숙해
져 있다. 흡연자의 허파 세포는 니코틴에 저항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미트
리다트 왕은 자기의 몸을 비소에 견딜 수 있게 만들기까지 했다.
외부 환경이 적대적일수록 세포나 개체는 이제껏 잠자고 있던 능력들을 자
꾸 개발해 나간다.

---- 에드몽 웰즈.

!미트리다트 Mithridate 4세(기원전 132 ∼ 기원전 63). 소 아시아 북동쪽
흑해 연안에 있었던 고대 도시 폰티우스의 왕. 전쟁에 패한 뒤 적들이 자기
를 독살할 것을 염려하여 독을 조금씩 먹음으로써 스스로를 독에 면역이 되
게 만들었다. 적들은 독으로 그를 죽일 수 없게 되자, 그의 병사들 가운데
하나를 매수해 그를 암살했다. <독물에 면역이 되게 하다>는 뜻을 가진 프
랑스어 <mithridatiser>와 영어 <mithridatize>는 이 왕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항상성! 황산성! 윤요성! 작은성! 모래성! 헬리혜성! 행주산성!
꿈많던 새내기 아니 그당신 그런 말이 없었다. 신입생의 첫 여름방학. 강의
실에 교탁을 늘어놓고 그곳에서 삼주간의 동아리 그시절엔 써클 합숙을 했
었다. 찌는듣한 더위속에 하늘같은 선배들의 강의, 낮설기만한 용어들, 그
속에서 우리는 삼주를 견디어 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급기야 후반에 가
서 우리 신입생들은 반란을 일으켰다. 저녁을 먹고 난 후의 자유시간 우린
식당에 모여 반란을 모의했다. 먼저 시작한 일은 악마와 같은 선배들을 규
탄하는 '반선반학가'의 작사와 합창이었다. '반선 반학 선배고홈~~' 그당시
캠퍼스 탑텐 1위곡의 멜로디에 우리의 진정한 마음을 담은 가사를 붙였다.
그 명곡을 서로 합창하며 다진 우리의 반란 음모는 급기야 쇼생크 탈출을
방불케하는 탈출작전을 펴게 되었다. 악마같은 선배들이 잠이 깨어 따뜻한
아침을 기대하고 들어선 강의실을 개조한 식당의 메뉴판 대신 기다리는 '반
선반학가'의 섬뜻한 글귀...썰렁한 식탁, 사차원의 세계로 사라져버린것 같
은 조무라기 후배들. 그날밤 우린 치밀한 탈출계획을 세웠다. 아무일없다는
듯 악마선배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한 유인조(대다수)들은 침상으로 가
아무일없다는 듯이 잠을 청했고 탈출시간을 알릴 자명종 특공대(나와 또..
한명)는 잠이 안온다는 말두 안돼는 이유로 식당에 남아 있었다. 의자에서
선잠을 치룬 자명종 특공대는 아치미 4시반 도둑놈이 남의 집을 침투하듯이
동료들이 잠들어 있는 강의실을 개조한 침실에 숨어들어 한시간에 죽기를
맹세한 동료들을 악마 선배들의 잠자리 옆에서 하나둘씩 구출을 해왔다. 1
단계 탈출을 성공한 우리의 몰골은 부시시한 머리, 잠이 덜깨 게심치레한
눈, 체련복 반바지 츄리닝의 복장이었다. 이제 우리의 목표를 잡을때였다.
목표는 매일매일 저 넓은 들판 너머로 바라만 보던 '행주산성' 우린 그 고
지를 탈환하기 위해 행군을 시작했다. 완벽한 탈출이었다. 악마 선배들 그
누구도 우리의 탈출을 눈치채지 못한것이다. 우린 줄맞추어 행군을 하며 잠
이 깨어 황당해 있을 악마선배들을 생각하며 축하의 노래를 불러제꼈다. '
반선반학 선배고홈~~~ 선배의 발톱이~~.....' 행군중 소나기가 쏟아졌을땐
농로의 작은 다리 밑으로 기어들어가 이런때를 위해 챙겨온 기타를 퉁기며
통쾌함을 느끼곤 했지. 하지만 저앞에 보이는 고지는 좀처럼 다가서질 않았
다. 아침도 못먹은 채 시작한 행군에 지친 우리 일행은 있는돈을 끌어모아
식빵 한개와 삼양라면, 콜라 한병을 사 주린 배를 채웠다. 모든 길은 로마
로 통하듯이 우리의 길은 '행주산성'으로 통했다. 두시간여를 걸려 도착한
고지입구는 굳게 문이 닫혀 있었고 우리는 시리에 빠졌다. 죽을 각오를 하
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수는 없는 일이엇다. 급기야 우린 옆으로 돌아 철
조망 통과 훈련을 군대 가기에 앞서 연습을 했다. 가시에 찔리며 오른 고지
곡데기에서 우린 환호를 질렀다. 저 앞에 내려다 보이는 한강. 환히 밝아있
는 하늘. 시원하게 땀을 식혀주는 강바람. 그곳에서 또다시 우린 우리만의
콘서트를 열엇다. 콘서트가 끝나갈 무렵 저멀리서 들리는 목소리가 잇었다.
'야...너희들 뭐야?' 그곳에는 매복조가 있었다. 우린 필사의 탈출을 또다
시 해야했다. 철조망 통과를 또다시 하여 우린 하산을 할수밖에 없었다. 고
지를 내려온 우리는 또다른 목표를 찾았다. 고지에서 바라보앗던 우리들 마
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비행기' 강건너 공항을 두번째의 목표로 만장일치를
보았다. 그 유명한 행주대교에 다달아 옆에 총을 매고 지키는 경비병의 눈
을 피하기 위해 우린 차량을 이용하기로 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의
모습은 고지에서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드뎌 도착한 공항. 우리는
그 넓은 공항을 배회하며 자유를 만끽했다. 두번째의 목표도 달성한 것이
다. 우리의 목표 달성에 감동을 하여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이는 아무도 없
었다. 이제 우린 다시 악마선배들의 발톱아래로 돌아가야만 했다. 벼르고
있을 악마선배들에게 조금이나마 안심을 시키기 위해 통신 연락을 하고 우
린 또다시 차량을 이용해 악의 소굴로 돌아오고 있엇다. 한시간에 죽음을
맹세했던 우리는 오는 동안 아무말이 없었다. 소굴에 들어가기전 예의상 '
솔' 한보루를 사들었다. 다시 모습을 들어낸 우리들을 본 3학년 대악마 선
배는 말도 안한채 사라졌고 가장 무서운 새끼 악마 2학년 선배들 또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날 오후 내내 흐른 살기 넘치는 분위기... 급기야 그날 저
녁 우리들 반란에 대한 처벌이 있었다. 밖에서는 비가 그날의 분위기를 아
는듯이 처참하게 내리고 있었다. 비가 와 질퍽 질퍽한 운동장에 집합한 악
마선배들과 우린 패를 갈라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살기 잇는 눈빛으로 사
정없이 걷어차는 악마 선배들의 발길질.. 도망을 가도 죽일듯이 쫒아오는
악마선배들의 발소리에 놀라 물이 흥건한 운동장 바닥에 비참하게 넘어지
고.... 결국 악마선배들의 승리로 그날의 처벌은 끝이났다. 흑탕물에 온통
더러워진 옷을 입은채 샤워를 하며 서로의 근육질 누드 몸매를 감상했다.
그후 모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그날의 마감을 했다. 해를 넘어 그 악마선
배들과 우리는 우리의 꿈인 '비행기'를 직접 제작을 했고 거의 완성된 모습
의 비행기를 공식명칭으로 X-2를 뒤로한채 그 이듬해 난 군입대를 했다. 비
록 우리의 'X-2'는 저 푸른 하늘을 마음대로 날지는 못했지만 악마선배들과
우리 죽음을 함께 맹세했던 7기 동기들의 마음속에서는 영원히 날고 있을것
이다.
8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이것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항상성!' '행주산
성!'이 그 기억들을 끄집어 내엇나 보다. 지금도 돌아가고픈 그시절! 시간
을 꺼꾸로만 돌릴수 있다면.......

---- 행주산성을 탈환했던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