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절지백

<상절지백 마흐은 - Ver.2007>

글쓰는하얀개미 2012. 5. 22. 19:13

또 당신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 사전"이라는 내 책의
두 번째 권을 발견했다는 얘기가 된다.
첫번째 권은 지하 사원의 보면대 위에 눈에 잘 띄게 놓여 있었을 테지만,
이 두 번째 권을 발견하기는 그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어쨌든 경하할 일이다.
당신은 정확히 누구인가? 내 조카 조나탕인가? 내 딸인가? 아니면 그도 저
도 아닌가?
미지의 독자인 그대에게 먼저 인사를 보낸다.
나는 당신을 더 잘 알고 싶다. 이 책장들을 넘기기에 앞서 당신의 이름과
나이, 직업, 국적을 말해주기 바란다.
당신이 살아가면서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의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가?
이런, 그런 게 무슨 소용인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당신이 누구인
지를 알고 있다.
나는 내 책장에 닿는 당신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 그것도 기분 좋은 손길을
말이다. 당신 손가락 끝의 지문에서 나는 당신의 가장 내밀한 특성을 알아
낸다.
지문은 당신 몸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모든 정보가 들
어 있다. 거기에서 나는 당신 조상들의 유전자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죽어버렸더라면 당신이 태어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짝짓기를 한 끝에 당신이 태어난 것이
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당신이 내 앞에 보이는 듯하다. 아니, 웃지 말고 그냥
그대로 있어주기 바란다. 당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다. 당신은 스스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다.
당신에겐 하나의 사회사가 당긴 성과 이름이 있지만 그게 당신의 전부일 수
없다.
당신은 71%의 물과 18%의 탄소, 4%의 질소, 2%의 칼슘, 2%의 인, 1%의 칼륨
, 0.5%의 황, 0.5%의 나트륨, 0.4%의 염소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에다 큰
숟가락 한 술 분량의 여러 가지 희유 원소, 즉 마그네슘, 아연, 망간, 구리
, 요드, 니켈, 브롬, 불소, 규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 소량의 코발트, 알루
미늄, 모리브덴, 바나듐, 납, 주석, 티탄, 붕소도 가지고 있다.
이상이 당신의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들이다.
이 모든 물질들은 별들이 연소하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당신 몸 안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당신의 물은 흔하디흔한
바닷물과 다를 바 없고, 당신의 인은 성냥개비의 인과 한가지이며, 당신의
염소는 수영장 물을 소독하는 데 쓰이는 염소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단순히 그런 물질들을 합쳐놓은 존재가 아니다.
당신은 하나의 화학적 구조물이며 훌륭한 건축물이다. 구성 물질들이 적절
히 배합되고 안정되게 평형을 이루면서 완벽하게 기능하고 있다. 그 복잡함
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당신을 이루는 분자들은 다시 원자, 미립자, 쿼크
, 진공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모든 것들은 전자기적인 힘과 인력과 전자의
힘에 의해 결합되어 있다. 그 절묘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각설하고, 당신이 이 두 번째 권을 찾아냈다는 것은 당신이 꾀바른 사람임
을 말해주는 것이고 당신이 벌써 나의 세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음
을 말해주는 것이다. 첫번째 권에서 당신이 얻은 지식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궁금하다. 혁명이 일어났는가? 개혁이 일어났는가? 물론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 책을 더 잘 읽기 위해서 편안한 자세를 취하기 바란다. 등
을 곧게 펴고 호흡을 잔잔하게 고른 다음 입의 긴장을 풀고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시공간의 모든 것 중에서 쓸모없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당신도 물론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하루살이 같은 당신의 삶
에도 어떤 의미가 있다. 당신의 삶은 막다른 골목으로 통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저마다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신이 내 글을 일고 있을 때쯤이면, 이 말을 하고 있는 나는 구더기들의
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 풀의 새싹을 무성하게 키워줄 비료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세대의 사람들은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겐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내가 남길 수 있는 것은 보잘것없는 자취인
이 책뿐이다.
나에겐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만 당신에겐 시간이 있다. 편하게 자리를 잡았
으면 근육의 긴장을 풀고 오로지 우주만 생각하라. 그 속에서 당신은 그저
하나의 티끌일 뿐이다.
시간이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고 상상해 보라. 응애, 하고 당신이 태어난다.
흔해빠진 하나의 버찌 씨처럼 어머니 몸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쩝쩝거리면
서 당신은 수천 끼의 갖가지 음식을 먹어치운다. 수천 톤의 식물과 동물이
이내 똥으로 변한다. 억, 하고 당신이 죽는다.
당신의 삶이 그런 것이라면 그 삶은 얼마나 덧없는 것이랴.
물론 당신은 그런 삶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행동하라! 무엇인가를 행하라! 하찮은 것이라도 상관없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당신의 생명을 의미있는 뭔가로 만들라. 당신은 쓸데없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당신이 무엇을 위하여 태어났는지를 발견하라. 당신의 최소한의 임
무는 무엇인가?
당신은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다.
명심하라.

---- 에드몽 웰즈.

이세상 모든것은 다 그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존재한다고 에드몽 아저씨
는 말한다. 이세상 모든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이세상에 태어
난다 한다. 그럼 과연 난 무슨 의미를 가지고 이세상에 태어난것인가. 요즘
난 그 의미에 대한 회의에 빠져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도 또한 그 의미가
무엇이든 알려고도 하지 않게 되엇다. 한때는 내 삶의 의미를 가졌던 때도
있었다. 잠깐동안의 꿈이 아닌 내 삶 전체의 어떤 의미. 언젠가 그것에 언
급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 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침
시계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 일어나기 싫은 이부자리를 박차고 화장실로 향
한다. 밤새 끼엇던 눈꼽을 떼고 집을 나선다. 차에 올라 이내 다시 잠에 빠
진다. 어느덧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책상에 앉는다. 산더미처럼 쌓여잇는 하
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 일들에 잠깐 멍해져 담배 한대로 날려보내보려한다.
키보드를 두두린다. 어느덧 꾸역꾸역 내 몸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물들을 목
구멍으로 넘긴다. 또다시 키보드를 두두린다. 또다시 음식물들을 넘긴다.
키보드를 또 두두린다. 차에 오른다. 다시 잠에 빠진다. 옷을 갈아입고 멍
하니 바보상자에 정신을 판다. 아침에 들렸던 화장실을 다시 찾는다. 그리
고 밀어내기 한판으로 하루 24시간이란 시간을 뒤돌아 본다. 그리고 이렇게
또다시 키보드를 두두린다. 과연 여기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런
나에게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 너 바보 아냐? "
요즘 난 껍데기만이 움직이고 있는듯하다. 재털이에는 담배꽁초만이 쌓여간
다. 그 무엇이 이 껍데기를 채워줄수 있을것인지.......

쩡아에게 연락한다고 해놓고 못했다. 누구든 만나면 반가운 동갑내기들. 그
네들에게서 의미를 찾을수 있음 좋겠다. 내게 애인이 되어준 쩡아에게 무엇
으로 감사의 표시를 할지. 쩡아! 요번주 보자. 내 맛있는거 사줄겨.

---- " 나 바보 마자? " 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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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3.14 21:23
남는 커피 한잔! 밥 한숟갈! 상추쌈 한덩이! 소주잔에 담긴 양주반잔!
둥굴레차 한팩! A/S! 금요병! 냉수! 따뜻한 손길! 메일! 먹다남은 군고구마!
핸폰! 형광펜! 4강! 어설픈미소! 계란찜! 칠월에 먹는 멜론! 소주한잔! 폭력!
어깨! 봉투지! 백지! 종이컵! 어색한하얀미소! 핑크팬더! 오랜만에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요즘 영화보는 재미에 출퇴근을 버스로 하려고 하고
있다. 아침시간 일찍 일어나야하고 버스안에서 졸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부러 안자고 영화를 본다. 새로 찾은 낙이라고나 할까. 언젠가 포기했던
두가지 낙을 하나는 만회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주로 좋아하는 영화는 미래
SF, 액션 위주지만 나름대로 감성이 있는지 드라마, 멜로, 공포, 추리 가리지
않고 본다. 얼마전에는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를 보았다. 윌스미스 주연에
친아들과 같이 찍은 영화로 처음 보기 전에는 코믹 캐릭터의 윌스미스 주연이라
반신반의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가서 뻔한 스토리로 성공하는 주인공의
눈시울 적신 모습을 볼때는 역시나 저 깊은 가슴속에서 욱하고 무엇인가 올라
왔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행복을 찾을수 없는 상황들이 주인공을 괴롭힌다.
아내는 곁을 떠나고 어린 아들과 남게된 주인공은 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세상은 그에게 쉽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집세가 없어 집에서 쫓겨나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도 주인공은 희망을 잃지않고 가능성을 찾는다. 결국
마지막에서는 그 행복을 찾아 해피앤딩으로 끝이 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뻔한 이야기 이지만 그래도 감동은 어쩔수 없다. 나도 가능성을 찾아 헤메이다
보면 행복을 찾을 수 있겠지......

-- 행복을 찾아 떠나는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