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하얀개미 2013. 8. 3. 10:47
한 산악 등반가가 아뜩하게 높은 산꼭대기로 올라간다.
그러다 아차 하는 순간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등반 루트를 벗어나 추락한다.
바위 틈새에 박아 놓은 하켄들이 하나둘 뽑혀 나가더니 마지막 하나 남은 것마저 빠져 버린다. 그 와중에도 그는 가까스로 바위 하나를 잡고 매달린다. 한 손으로 바위를 잡고 있을 뿐 몸은 허공에서 대롱거린다.
극심한 공황 상태에서 등반가가 소리친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누구 없어요? 저 좀 구해 주세요!"
그때 하느님이 나타나 말한다.
"자, 내가 여기에 있다. 이제 손을 놓아도 된다. 네가 떨어지면 내가 받아 줄 것이다. 안심해라, 내가 너를 구해 줄 테니."
그러자 등반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더욱 큰 소리로 부르짖는다.
"사람 살려! 누구 다른 분 없어요?"

<나 죽은 뒤에 세상이 망하든 말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