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절지백

<상절지백 백여얼아호옵>

글쓰는하얀개미 2012. 5. 22. 09:42

<정신권(精神圈)>
우리는 완전히 독립된 두 개의 뇌를 가지고 있다. 대뇌의 좌우 반구가 그것이다. 그것들은 저마다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왼쪽 뇌는 모든 것을 숫자로 분석하면서 활동하고, 오른쪽 뇌는 모든 것을 형태로 분석하면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말하자면, 전자는 디지탈 방식으로 기능하고, 후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동일한 정보를 놓고, 좌우 반구는 서로 다르게 분석하며 때에 따라서 정반대의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은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심각한 정신 장애에 빠질 염려가 있다.
무의식의 담당자이자 조언자인 우반구가 꿈을 매개로 삼아 의식 담당자이자실행자인 좌반구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때는 오로지 우리가 잠잘 때 뿐일 것이다. 그것은 부부 사이에 뛰어난 직감을 가진 아내가 아주 현실주의적인 남편에게 자기 의견을 너지시 비치는 것에 비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권>이라는 말을 지어낸 러시아 학자 블라디미르 베리나드스키와 프랑스의 철학자 테야르 드 샤르댕에 따르면, 여성적인 뇌인 우반구는 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신권^3)에 선을 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능력이다. 대기권이나 전리층(電離層)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일종의 거대한 구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비물질적인 구름은 인간의 오른쪽뇌가 발산한 모든 무의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베르그송이 신이라고 부른 총체적 인간 정신, 위대한 내재적 정신 같은 것도 어쩌면 그것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우리 오른쪽 뇌는 밤에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정신권의 마그마에 들어가서인류의 오른쪽 뇌가 발산한 것의 총합인 총체적인 정신에서 정보를 퍼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무의식을 담당하는 우리 뇌의 우반구는 원초적인 진짜 정보들이 모여 있는 파장에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상상하거나 발명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건 따지고 보면 우리의 오른쪽 뇌가 정신권에서 퍼온 것이다. 그런 뒤에 오른쪽 뇌가 왼쪽 뇌에 정보를 전달하면, 정보가 하나의 생각으로 틀이 잡히고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가정에 따르자면, 화가나 음악가나 소설가는 결국 성능 좋은 전파 수신기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기들의 오른쪽 뇌로 집단적인 무의식에서 정보를 퍼올리고, 그것을 왼쪽 뇌로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정신권에 떠오르는 개념들을 구체적인 작품으로 형상화해 내는것이 아닐까.

---- 에드몽 웰즈.

3) noosphere. 정신을 뜻하는 그리스 어 <누스noos>와 구(球), 범위, 권(圈 )을 뜻하는 <스파이라sphaira>를 합친 말.

오랜만에 책상위에 넓브러져 있던 것들을 정리하다 무심코 십여년전 중학교때 썼던 일기장을 펴들게 되었다. 유치하고 단순하게 적혀있는 일기장을 넘기다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엽서 다섯장이 눈에 들어왔다.

To : 여정구라는 사람에게
From : 희야가
"햇살같은 충만함으로 당신 곁에 행복이 머물길..."
우리들의 생명이 의미없이 주어졌다곤 생각 안합니다.
밝고 찬란한 신념의 미래를 창조할줄 믿고
처음으로 정구씨의 생일을 축하 드려 봅니다...
때론 아픔으로 밀려와 가슴을 적실지라도
소리 없는 웃음으로 대처할수 있다면
참 승리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삶들에게 한치 양보도 없이
충실하도록 합시다.
후회라는 굴레를 만들지 말면서요...

To : 정구 받어
From : 희야가
홀로 설 수 있는자여!
그대의 느낌과 사랑은 아름다울진대.
꽃잎 흩날리는 오월의 화사와
푸르름을 가슴에 심으소서...
은총 속에서 피는 고귀한 꽃은
세상을 맑게 할 수 있는 마력을
가지고 있지요.
사랑 속에서 피는 보드라운 꽃은
상처 받은 마음 따듯히 보듬어 줄 수가
있지요. 친구여!...
1988.5.3.(火)
안개비가 내리던 날

To : 여정구 형제님
From : 희야
빌려주신 책 감사히 읽었습니다.
루이제 린저를 접하게 되어
가슴 뿌듯합니다.
니나의 철저한 생의 사랑에
깊이 감동되어 정신 없이 읽었읍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결핍되어 있는
용기와 정의와 그리고 진실한 사랑이
루이제 린저는 초연히 그리고
섬세하게 묘사한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되어 아니 루이제 린저의
생을 간접적으로 읽게되어 작은
기쁨이 되겠읍니다.
1988.12.5

Dear 정구,
언제나 차분하게 자아를 발전시켜 나가는
친구의 모습이 깊은 신롸감을 느끼게 합니다.
변함없는 마음을 가지고 신앙에 정진하는것과,
모든이들에게 친절한 것과 착한 그 웃음이
포근하고 좋습니다.
앞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로 지내길 바래요.
삶을 살아가며 친구가 없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성탄이 되시고 바라는 모든것이
이루어지고 더욱더 열심을 다하여
사랑의 교회의 반석이 되십시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사랑과 우정이 넘치길
주님께 기도드려야 겠어요.
- 상희 -
Merry Christmas 1988.12.20.화요일

To : 여정구 귀우
From : 같은 하늘 아래서 친구
보시게~~
햇살은 봄을 말하고 있네.
데인 가슴 차가움으로 식히고
싶겠지만 햇살을 피하지 말게...
때때로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할때가 있다고 생각하네.
공기중에 흩어지는 웃음으로
아픔을 나누어 보게. 한결 기분이
상쾌할걸세...
1989.2.19.

바래져 가는 자그마한 엽서들위에 남아있는 그 아이의 모습은 그 당시도 지금도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처음 만났던 친구의여자친구였던 아이. 그 아이의 목소리도 귓가에 아직 남아 들리는 듯하다. 그 아인 트럼펫을 연주했었다. '문학의밤' 행사때 연주도 했었지. 노래도 잘해서 예배중 특송시간 우리 막강한 중창단과 같이 입을 맞추기도 했었다.내생에 이년여동안의 짧은 만남이었다. 신앙이란 것을 생각하지 않기로 한 이후 그 시절의 대부분의 흔적들은 모두 없애 버렸는줄 알았는데 이 엽서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니... 아마도 그시절의 순수했던 추억을 고이 간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시나마 가슴이 따뜻해진다...

---- 추억속으로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