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22. 09:42

<상절지백 백스므을>

<검열>
옛날에는 정보를 대중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단순하고 노골적인 검열 방법을 사용했다. 체제에 도전하는 서적들을 간행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검열의 양상이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정보를 차단하지 않고 정보를 범람시킴으로써 검열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이 오히려 한층 효과적이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무의미한 정보들 속에서 사람들은 정작 중요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텔레비젼 채널이 늘어나고, 프랑스에서만도 한 달에 수천 종의 소설이 쏟아져 나오며, 온갖 종류의 비슷한 음악들이 어느 곳에나 퍼져 나가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움직임이란 나타날 수 없다. 설령 새로운 움직임이 출현한다 해도 대량 생산되는 정보들 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결국 이 거대한 진창 속에서는 대중 매체가 만들어 낸 상품들만이 살아 남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상품들이 가장 인기가 있다는 점 때문에 마음놓고 소비한다. 텔레비젼에서는 게임과 쇼, 문학에서는 자전적인 사랑 이야기, 음악에서는 <수려한 육체를 지닌> 사람들이 단순한 선율에 담아 제시하는 사랑 노래들이 판친다.
과잉은 창조를 익사시키고 비평은 마땅히 이 예술적 범람을 걸러낼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홍수 앞에 주눅이 들어버린다. 이 모든 것이 빚어 내는 결과는 자명하다. 기성 체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것이 전혀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음에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 에드몽 웰즈.

-- 설날연휴가 지나 첫출근한 날
가만히 앉아 있자니 몰려드는 멍상에 사로잡혀 헤메일까봐 펜을 들어본다. 예전엔 이런 멍상의 시간을 그리 좋아했었는데 왜 이럴까? 왜? '왜'란 내게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왔었다. 단지 '그냥'일뿐. 일주일만의 출근에 일이 될성 없었다. 커피와 담배만 죽이다 퇴근길이다. 차창밖은 아직도 훤하다. 이런 이른 시간 열심히 퇴근하면 기다릴 그대가 있다면... 흠. 그대는 아니더라도 녀석은 하나있군. 어제 학교 후배녀석이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나보단 일년 후배지만 졸업은 같이한 후배녀석이 술한잔 하잖다. 녀석 집이 마산이던가? 직장이 수원인데 졸업하구 한번두 못봤다. 같은 수원 하늘 아래 살며 삼년동안 한번도 못보다니. 마음의 여유가 그렇게 없었나? 선배가 되서리 미안할 다름이다. 차까지 사준 녀석인데. 오늘 술한잔 사야겠지? 자취생 시절 녀석이 이팔육 컴을 보드만 사팔육디엑스투-백인가로 업그레이드해서 흑백 모니터로 통신바둑을 두던 생각이 난다. 언젠가 얘기했던 '묘지촌' 자취생 시절말이다. 코가 헐었나? 아프다. 집이 건조한가부다. 이제 나도 명절이 되면 '선'과의 전면전을 시작하나보다. 작년초 형이 장가를 가고막내고모가 네살 차이에 컴그래픽 쪽 일하는 참한 샥시 있다고 느닷없이 선보라고 했을때 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선이라니. 벌써 내가 선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대상이 되었나? 선보란 말을 난 젤 싫어한다. 선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선으로 만남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싫다. 왜? '그냥'. 엄니는 내년엔 장개가라 말씀하시지만 난 이천일년 삼땡을 고집하며 대답을 회피한다. 왜? '그냥'.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주위에서 얘기하는 때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때. 그나저나 그때가 되면 그대가 나타나려나? 이러다 총각구신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군. 선보란 말보다 더 싫어하는 말이 있다. 더 열받는 말이다. '너 올해 몇살이냐?', '장개 안가냐?', '애인있구나? 있을거야! 암~'. 헉. 누굴 놀리는 건가? 올 설에도 난 이소리를 듣고 차마 겉으로는 표현 못하고 속으로만 가슴을 태워야 했다. 읔.코가 간질간질해서 만졌더니 더 아프군. 몇일전 컴을 업했다. 펜튬칠오, 램삼십이메가, 시디롬삼십이배속, 오륙케이모뎀. 울착한 경환이가 다 사줬다.뭣두 모르는 나대신. 물론 기존 쓰던 사팔육에 애착은 많이 가지만 빠른게 좋긴 좋더군. 컴뚜껑이야 수없이 열었었지만 메인보드까지 뜯어보긴 첨이었다. 간단하더군. 피씨아이용 모뎀 셋업에 조금 열받았었지만 잘된다. 뭣보다 이젠 엠피쓰리를 들을수가 있다. 돈다. 끊기지 않고 돈다. 내가 첨 받은엠피쓰리 파일은 무엇일까~~요? 흐흐. 핑클의 '루비'. 주현이가 구여워 듣고는 싶었지만 시디를 사기엔 좀. 이젠 맘대루 듣는당. 푸캬캬캬. 리아의 눈물도, 소라의 처음느낌 그대로도.(이 시디가 누구한테 가있더라???!!!) 아무튼 생각치 않았던 업그레이드에 기분은 좋다. 말썽 많던 사팔육에겐 미안하지만. 누구는 고 사팔육이 하드 잡아먹는 사팔육이라 하더군. 수원이 다와간다. 역전에서 회사동료가 당구 한겜 하잖다. 당구계의 평정을 다짐하며...

쓰면 바로바로 올리려 했는데 맘처럼 쉽지가 않다. 일주일이 지났다. 그날 결국 당구는 내가 물리고 말았다. 이대영의 참패. 시간만 있었어도 오판삼승으로 가는건데.

흠. 또 못올렸군. 오늘도 퇴근하며 회사동료와 당구를 쳤다. 세명이서 하는개인전. 첫판은 저번 날 참패시킨 인간이 또 먼저 나고 나또한 바로 내가 좋아하는 다대 쓰리쿠숀으로 이등을 했다. 한시간이나 걸린 첫판. 연이어 두번째 판이다. 마음을 비워보려 하지만 잘 안된다. 최소한 이등은 다시 해야된다. 하지만 마음을 채우는 잡념들. 속으로는 누구보다 지기싫어하는 나이기에 어깨에 자꾸 힘만 들어간다. 큐대를 바꾸어 보았다. 가늘고 각진 큐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마음에 드는 큐대가 없었다. 두사람은 먼저 열심히 도망가고 있다. 내 좋아하는 다대가 안나온다. 나와야 콘디숀 회복을 할텐데. 마침내 두사람 모두 쿠숀에 들어가고 난 반도 못친 상태였다. 모처럼 한큐 잡아 다섯대를 빼고 나니 이어지는 삑사리. 마침내 첫판에 꼴지를 했던 사람이 먼저 나고 거의 포기 상태였다. 내가 이등을 못하면 결국은 물리는것. 최악의 상태였다. 그랬는지 포기해서인지 결국 쿠숀으로 따라잡았다.희망은 아직 남았다. 한큐만 한큐만 하며 마음을 졸였다. 시간은 두시간이 다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삑사리와 구멍을 서로 주고받으며 얼마간의 시간이흐르고 결국 한큐를 잡아내어 명예를 회복했다. 이렇게 되면 세명다 사점으로 동률이다. 다행이다. 흐흐. 열시가 넘은 시간. 한사람은 이미 결혼한 기혼자이고 다른 사람은 결혼을 열흘 앞둔 사람이기에 이제 집으로 갈시간이다 생각하고 있는데 내 성미를 아는지 먼저 결승을 가자한다. 이게 왠 떡이다냐. 모 아니면 도지. 결승전에 돌입한다. 월급날이겠다 이젠 맘이 편하다. 모 아니면 도. 장기전에 돌입하며 난 힘이 났다. 길은 잘 모르지만 나 나름대로의 상상력과 기하학, 동력학 등을 기초로 차분히 빼나간다. 두사람은장기전에는 약한듯 힘들어 한다. 히로 하나 없이 빼나간다. 결국 두사람이 일곱 여덟대를 남겨놓고 난 쿠숀에 들어갔고 마지막으로 멋진 화이브쿠숀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시간은 열한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두사람은 반반부담하는 걸로 하고 승부내기를 포기했다. 하하하. 오랜만에 맛보는 승리의 기쁨.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 당구계를 평정한 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