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2. 19:59

<<웃음 스물여서엇>>

한 여자가 죽어서, 모범적인 인생을 산 덕에 천당에 올라갔다.
성 베드로가 친히 나와서 그녀를 맞아 준다.
"천당에 온 것을 환영하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것이 고요하다. 천사들은 하프를 연주하고 다른 거주자들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지나간다.
여자는 순수한 환희와 평온함과 잔잔한 쾌감 속에서 첫날을 보내고 공동 침실로 돌아온다. 그때 아래쪽에서 북소리가 들려온다.
이튿날 아침 여자는 성 베드로를 찾아가서 묻는다.
"저게 무슨 소리인가요?"
"아, 저거는 저승의 다른 주민들...... 그러니까 하계의 주민들이 내는 소리일세. 그 주민들을 한번 보려는가?"
그러면서 성 베드로는 구름 속의 문을 열어 준다.
여자는 몸을 숙여 아래를 내려다본다. 층층대가 보이고 그 아래로 불그스름한 세상이 안개에 휩싸인 듯 희미하게 보인다. 거기에서 선정적인 노랫소리와 타악기 소리가 올라온다.
여자는 깜짝 놀라서 소리친다.
"아니, 저긴 지옥이잖아요!"
"원한다면 내려가서 구경해도 괜찮네."
여자는 잠깐 망설이다가 층층대를 내려간다. 아래에 다다라 보니 어마어마한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열기가 아주 후끈하다. 사람들이 비트가 강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모두가 벌거벗은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여자는 이내 그 신명 나는 분위기에 휩쓸려 밤새도록 마냥 신나게 논다. 아주 잘생긴 남자들이 다가와 그녀를 유혹하고 술을 가져다주고 춤과 노래를 권한다.
이튿날 새벽, 여자는 천당으로 다시 올라온다. 천사들이 시를 읊거나 하프를 연주하는 그곳의 분위기가 갑자기 너무 차분하고 생기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여자는 마음을 정하고 성 베드로를 만나러 간다.
그녀는 쭈뼛거리면서 묻는다.
"저, 혹시...... 제가 거주할 곳을 선택할 수 있나요?"
"물론이지. 하지만 일단 천당과 지옥 중에서 한 곳을 선택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일세. 다시는 거주지를 바꿀 수 없어."
"그렇다면 저는 지옥을 택하겠어요. 성 베드로님, 죄송해요. 하지만 이 천당은 양로원과 너무 비슷해요."
"좋아."
성 베드로는 층층대로 통하는 구름 속의 문을 다시 열어 준다.
여자는 아래에 다다르자마자 꼬마 악마들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놈들은 다짜고짜 달려들어 그녀를 때리고 물어뜯는다. 그러더니 그녀를 어떤 바위로 끌고 가서 사슬로 묶어 버린다.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고, 땅바닥에서는 독성을 품은 증기가 올라온다. 그때 유독 덩치가 큰 악마가 커다란 삼지창을 들고 다가온다. 악마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창으로 푹 찌른다.
"아야!"
악마는 다시 찌른다.
"아야야! 그런데 말이에요, 제가 지난번에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거든요. 왜 갑자기 생판 달라진 거죠?"
그러자 악마는 냉소를 흘리며 창질을 한 차례 더 하고 나서 알려 준다.
"쯧쯧, 이 한심한 여편네야, 혼동할 게 따로 있지.......
관광은 이민하고 생판 다르다는 걸 몰랐단 말이야?"

<나 죽은 뒤에 세상이 망하든 말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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