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3. 23:29

<<상절지백 백서른일고옵>>

<엘레우시스 게임>
고대 그리스의 도시 이름을 딴 게임은 어떤 법칙을 찾아내는 것으로 승부를 겨룬다.
이 놀이에는 적어도 네 사람이 필요하다. 먼저 놀이꾼 가운데 하나가 <신>으로 결정된다. 그는 어떤 법칙을 만들어 내어 종이 조각에 적는다. 그 법칙은 하나의 문장으로 되어 있고 <우주의 섭리>로 명명된다. 그런 다음, 52장으로 된 카드 두 벌이 놀이꾼들에게 골고루 배분된다. 한 놀이꾼이 선을 잡고 카드 한 장을 내놓으면서 <세계가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선언한다. 신으로 명명된 사람은 <이 카드는 합격이야> 혹은 <이 카드는 불합격이야> 하고 알려 준다. 퇴짜맞은 카드들은 한쪽으로 치워 놓고, 합격된 카드들은 한 줄로 나란히 늘어놓는다. 놀이꾼들은 신이 받아들인 일련의 카드들을 관찰하면서 그 선별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누구든 그 법칙을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고 스스로를 <예언자>로 선언한다. 그때부터는 그가 신을 대신해서 카드의 합격 여부를 다른 놀이꾼들에게 알려준다. 신은 예언자를 감독하고 있다가 예언자의 말이 틀리면 그를 파면한다. 예언자가 열 장의 카드에 대해 연속으로 맞는 대답을 제시하면, 그는 자기가 추론한 법칙을 진술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진술이 종이에 써놓은 문장과 일치하는지를 비교한다.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예언자는 승리자가 된다. 그러나 두 진술이 어긋나면, 그는 파면된다. 만일 140장의 카드를 다 내놓았는데도, 예언자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무도 없거나 예언자로 자처한 사람들이 모두 틀린 진술을 하면, 승리는 신에게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우주의 섭리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안 된다. 간단하면서도 찾아내기 어려운 규칙을 생각해 내야 게임이 재미있다. 예컨데, <9보다 높은 카드와 9 이하의 카드를 번갈아 가며 받아 준다>는 규칙은 밝혀 내기가 아주 어렵다. 당연한 얘기지만 놀이꾼들은 킹이나 퀸 같은 그림패와 빨간색과 검은색의 교체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오로지 빨간색 카드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만들되, 열 번째, 스무 번째, 서른 번째로 나온 카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든가, <하트 7을 제외한 모든 카드를 수용한다>와 같은 규칙은 금지된다. 밝혀 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에 가서 우주의 섭리가 도저히 밝혀 낼 수 없을 만큼 어려웠던 것으로 판명되면, 그 규칙을 만든 신은 승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놀이에 참가할 자격을 잃게 된다. 따라서 신은 <쉽게 떠올릴 수 없는 단순성>을 겨냥해야 한다. 이 놀이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전략은 무엇일까? 설령 파면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되도록 빨리 예언자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유리하다.

---- 에드몽 웰즈

[2013.7.3 22:44]
하루해가 또 저물어 가고 있다. 장마철인데 비는 안오고 이게 뭔가. 비가 시원하게 내려주면 좋으련만 오늘도 비는 안오고 햇살만 가득 뜨겁기만 하다. 오늘도 난 어디엔가 내속을 남겨놓을 곳을 찾아 헤메이고 있다. 상절지백. 이곳이 있어 또 자판을 두두려본다. 언제부턴가 내게 찾아온 상절지백.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좋아해주지도 않지만 이곳에 난 내 속을 드러내본다. 머리속이 멘붕인 상태. 아무것도 앞이 보이지 않는 그저 지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것이 계속되어가며 지쳐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루해가 흘러가고 일주일이 흘러가고 한달이 흘러가고 일년이 흘러가고 있는데... 난 오늘 하루를 보내고 이곳에서 또 자판을 두두리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 하루해가 저문다. 시간이 간다.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누구도 막을수 없는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잠을 이룰수가 없다. 아...

---- 시간을 막을수 없는 하얀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