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4. 08:06

<<웃음 서른두우울>>

한 여객기에 승객들이 탑승하여 저마다 자리에 앉는다. 그들은 비행기가 이륙하기를 기다린다. 그때 조종사 제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기내에 들어온다. 두 남자는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한 남자는 맹인 안내견의 인도를 받으며 나아가고, 다른 남자는 흰지팡이로 더듬더듬 길을 찾아간다. 그들은 통로를 나아가서 조종실로 들어가더니 문을 닫는다. 몇몇 승객은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을 접하고 헛움음을 짓는다. 하지만 다른 승객들은 모두 경악 또는 공포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잠시 후, 엔진 소리가 들리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그런데 왠지 비행기가 이륙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승객들은 원창 밖을 내다본다.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있는 호수 쪽으로 곧장 나아가고 있지 않은가. 비행기가 더욱 빨라진다. 여러 승객이 상황을 알아차린다. 비행기는 이륙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곧장 호수로 빠질 것이다. 그러자 공포의 비명이 기내를 가득 채운다. 바로 그 순간 비행기가 아주 사뿐하게 날아오른다. 승객들은 공포에서 벗어나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그런 못된 장난에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하니 바보가 된 기분이다. 몇 분이 지나자 승객들은 모두 그 소동을 잊는다. 한편 조종실에서는 기장이 계기판을 더듬어 자동 조종 장치를 작동시킨 다음 부기장에게 말한다.
"실뱅, 내가 두려워하는 게 뭔 줄 아나?"
"모르겠습니다. 기장님."
"이러다가 언젠가는 승객들이 너무 늦게 비명을 질러서 우리 모두가 죽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일세."

---<우린 대단치 않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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