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3. 10:31

<<상절지백 백마흐은>>

<아홉 달>
고등 포유류의 경우, 임신 기간은 보통 18개월이다. 특히 말의 경우가 그러해서, 망아지는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해서 나온다. 그런데 인간의 태아는 머리통이 아주 빨리 자라기 때문에 아홉달이 되면 어머니 몸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더 이상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아기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채 자립할 수 없는 상태로 태어난다. 태아가 밖에서 보내는 첫 아홉 달은 어머니 뱃속에서 보낸 아홉 달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차이가 있다면, 액체 속에 있다가 공기 중으로 옮겨 가는 것뿐이다. 아기가 공기 중에서 첫 아홉 달을 보내기 위해서는 태아 때처럼 아기를 보호해 줄 또 다른 배가 필요하다. 그것은 심리적인 배이다. 아기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 갑자기 달라진 환경 속에 놓이게 된다. 아기는 마치 산소 텐트 속에 들어가야 하는 중화상자와 다름없다. 어머니와의 접촉, 어머니의 젖, 어머니의 촉감, 아버지의 입맞춤 등이 아기를 보호해 주는 산소 텐트인 셈이다. 생후 9개월 동안 아기가 자기를 감싸서 보호해 줄 견고한 고치를 필요로 하듯이, 노인도 임종을 맞기 전의 9개월 동안 자기를 감싸줄 심리적 고치를 필요로 한다. 그 9개월은 노인이 초읽기가 시작되었음을 본능적으로 깨닫는 아주 중요한 기간이다. 노인은 자기 생애의 마지막 아홉 달을 보내면서 마치 스스로를 출발점으로 되돌리듯이 자기의 지식과 늙은 살가죽에서 벗어나 생후 얼마 동안의 성장 과정을 역으로 되밟는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노인은 아기나 다름 없다. 죽을 먹고 기저귀를 차는가 하면, 이가 빠지고 머리숱이 적어지며,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다만, 사람들은 아기들을 생후 9개월 동안 보살펴 주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기면서도, 노인을 생애의 마지막 9개월 동안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기들에게만 어머니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어머니와 같은 사람, <심리적인 배>의 역할을 하는 유모나 간호사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은 죽음이라는 최후의 탈바꿈을 준비하는 노인에게 그 탈바꿈에 꼭 필요한 고치를 마련해 줄 수 있도록 깊은 배려를 보여야 한다.

--- 에드몽 웰즈

[2013.8.3 10:19]
미숙아로 태어나서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인생이라. 참으로 그럴듯하면서도 그렇게 되고싶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가끔은 생각한다. 나의 죽음에 대해서. 어떠한 죽음이 만족할 죽음이 될것인가? 이런걸 생각하는 내 자신이 이상해 보일때도 있다. 하지만 생각나는 걸 어쩌랴. 최고층 빌딩 위에서의 낙하. 더 높은 고공비행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 하지만 끝까지 낙하산을 안펴는. 저 깊은 심해에서의 마지막. 숨을 참을 수 있을까? 그랑블루가 생각난다. 요즘 베르나르의 웃음을 읽다가 느껴지는 데자뷰. 이거 어디서 본건데??? 어디지? 베르나르의 기존 읽었던 책들중 내용인가? 요전 보았던 파라다이스에서 본것 같은데? 파라다이스를 다시 펼쳐 보았다. 똑같지는 않지만 여기저기 유사한 소재들. 베르나르는 역시 천재인가보다. 어떻게 보면 꿈을 만드는 사람이란 생각도 든다. 여기 저기 과거의 소재들을 끄집어다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프로이드가 말했던 꿈의 소재처럼. 이번 웃음이란 책 역시 세가지 차원에서의 이야기 전개방식. 익히 익숙한 전개 방식이다. 내가 베르나르에 빠지게했던 개미의 전개방식. 여기선 인간의 차원, 다리우스 워즈니악의 스탠딩 코미디 차원, 그리고 유머 역사 대전 차원이다. 나답지 않게 빠른 흡인력으로 읽어 가고 있다. 점점 흥미진진해 지고 있다. ㅎㅎ

--- 웃음에 빠진 하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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