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4. 08:33

<<웃음 서른다서엇>>

신부와 수녀가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작은 오두막이 나온다. 그들은 지칠 대로 지쳐서 잠잘 채비를 한다. 마침ㅂ방바닥에 담요가 쌓여 있고 침낭이 하나 놓여 있다. 하지만 침대는 하나뿐이다. 신부는 신사답게 말한다.
"수녀님, 침대에서 주무세요. 저는 침낭이 있으니까 바닥에서 자겠습니다."
신부가 막 침낭의 지퍼를 올리고 잠이 들려는 찰나, 수녀가 말을 건다.
"신부님, 저 추워요."
그는 침낭의 지퍼를 내리고 일어난다. 그러고는 담요 한 장을 가져다가 수녀에게 덮어 준다. 다시 침낭에 들어가 지퍼를 올리고 잠속으로 빠져들려는데, 수녀가 또 말을 건다.
"신부님, 저 아직도 무척 추워요."
그는 다시 일어나 수녀에게 담요 한 장을 더 덮어 준 다음 자기 자리로 돌아와 눕는다. 눈을 감기가 무섭게, 수녀가 또다시 부른다.
"신부님, 저 너무너무 추워요."
신부는 그냥 자리에 누운 채로 대꾸한다.
"수녀님, 한 가지 좋은 생각이 있어요. 우리는 지금 아무 데도 아닌 곳에 와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를 거예요. 우리, 마치 결혼한 남녀처럼 해볼까요?"
"아, 네, 좋아요. 찬성이에요!"
그러자 신부는 갑자기 목청을 높인다.
"당신, 자꾸 짜증 나게 할래? 당신이 일어나서 직접 저 빌어먹을 담요를 갖다 덮으라고! 제발 잠 좀 자게 해주라!"

---<오지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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