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7. 07:58

《상절지백 백마흔세에엣》

<죽음은 이렇게 생겨났다>
죽음은 지금으로부터 꼭 7억 년 전에 출현했다. 40억 년 전부터 그때에 이르기까지 생명은 단세포에 한정되어 있었다. 단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 똑같은 형태로 무한히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산호초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단세포 체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모든 생명이 죽음을 모르고 살아가던 어느 날, 두 세포가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 다음, 서로 도우며 함께 생명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다세포의 생명 형태가 나타났고, 그와 동시에 죽음도 생겨났다. 다세포 생물의 출현과 죽음의 시작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두 세포가 결합하자면 서로간의 소통이 불가피하고, 그 소통의 결과 두 세포는 더욱 효율적인 생명 활동을 위하여 자기들의 일을 분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두 세포가 다 영양물을 소화하는 작용을 하기보다는 한 세포는 소화를 맡고 다른 세포는 영양물을 찾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 후로, 세포들은 점점 더 큰 규모로 결합하게 되었고 각 세포의 전문화가 더욱 진전되었다. 세포들의 전문화가 진전될수록 각각의 세포는 더욱 허약해 졌다. 그 허약성이 갈수록 심화되어 마침내 세포는 본래의 불멸성을 잃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죽음이 생겨났다.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동물들의 대부분이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세포들의 결합체이다. 그 세포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함께 작용한다. 우리 눈의 세포들은 간의 세포들과 아주 다르다. 눈의 세포들은 어떤 따끈따끈한 음식을 발견하게 되면 서둘러 그 사실을 간의 세포들에게 알려 준다. 그러면 간의 세포들은 음식물이 입 안에 들어오기도 전에 즉시 담즙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은 모두가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서로 소통한다. 그리고 그 세포들은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다. 죽음의 필요성은 다른 관점에서도 설명될 수 있다. 죽음은 종들간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만일 영원히 죽지 않는 다세포 종이 존재하게 된다면 그 종의 세포들은 전문화를 계속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고, 생명 활동이 너무나 효율적인 나머지 다른 모든 생명 형태의 존속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암세포가 활동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그 점이 더욱 분명해 진다. 분열 능력이 큰 암세포는 다른 세포들이 말리거나 말거나 막무가내로 분열을 계속한다. 암세포는 태초의 불멸성을 되찾으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암세포가 유기체 전체를 죽이게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암세포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언제나 혼자서만 지껄이는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자폐증에 걸린 위험한 세포이다. 그것은 다른 세포들을 고려하지 않고 불멸성을 헛되이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증식하다가 마침내는 자기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죽여 버린다.

--- 에드몽 웰즈

[2013.9.13 16:12]
죽음. 우리몸의 노세한 ...

[2013.10.27 07:36]
불멸성과 맞바꾼 전문성. 서로의 소통을 통해 이루어낸 거룩한 성과와 균형. 이것 역시 엄청난 일이지만 지금 이세상을 살고 있는 나에게는 어떠한 의미도 주지않는다. 이시간 계룡산으로 가고 있는 버스에 몸른 싫려 있으나 머리는 다른세상을 헤메이고 있다. 내가 그렇게나 능력이 없는걸까. 그렇게나 못하고 있는걸까. 미안해 한마디면 다 해결이 되는걸까. 난 지금 뭘하고 있는걸까. 여기 이렇게 계속 남아 있어야만 하는 걸까. 아. 버스는 신나게 도로 위를 달린다. 이 버스처럼 나의 마음도 신나게 달려봤으면. 계룡산은 지난 1월 그대산클럽에서 겨울산행으로 갔다왔었다. 늦겨울에 갔었지만 멋진 생각지도 않았던 눈꽃들을 보고 왔었다. 뭐 코스는 다르지만 그래도 산이다. 산. 산른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대 산 나의 가슴에 들어와 등불이 되나니. 그대 지리산이여. 다시 찾고 싶지만 이젠 그럴여력도 없는듯하다. 체력도 능력도. 산. 산은 나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단지 그대 가슴에 날 안아주었을뿐. 내가 힘들어 울부짖을때. 내가 설레임에 들떠 있을때. 내가 누군가 보고싶어 졌을때. 내가 말을 하고 싶을때. 내가 쉬고 싶을때. 누군가 그리워질때. 즐거운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 그때마다 산은 나를 말없이 다독여 주었다. 산. 오늘도 난 말없이 말없는 산과 나홀로 말없는 대화를 나눌것이다. 아...

- 말없을 하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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